옛날, 어느 마을에 두 형제가 살고 있었어요.
아우는 착했으나, 형은 욕심꾸러기였어요.
하루는 아우가 나무를 하러 갔다가 나무 밑에서
쉬고 있을 때였어요.
아우의 머리 위로 무엇인가 뚝 떨어졌어요.
"어, 이건 개암이잖아. 아버님께 갖다 드려야지."
이 때, 또 한 개가 뚝 떨어졌어요.
아우는 재빨리 주워 주머니에 넣었어요.
"이건 어머님께 갖다 드려야지."
아버지, 어머니에게 개암을 갖다 드리면
무척 좋아하시리라 생각하니,
아우는 저절로 기분이 흐뭇해졌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개암 두 개가 한꺼번에 떨어졌어요.
"이건 형님께 드리고, 저건 형수님께 드려야지."
아우는 개암을 주머니 속에 넣고는
열심히 나무를 하였어요.
그런데 그만 해가 서산을 넘어갔어요.
아우는 지게를 지고 서둘러 산을 내려왔어요.
그러나 곧 캄캄한 밤중이 되고 말았어요.
거기다가 비까지 후두두 떨어졌어요,
아우는 비를 피하여 길가 외딴 집을 찾아 들어갔어요.
헛간에다가 나뭇짐을 내려 놓고 비가 멎기를 기다렸어요.
그런데 갑자기 이상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어요.
자세히 살펴보니 키가 아주 크고 괴상하게 생긴 사람들이
집 쪽으로 다가오는 것이었어요.
"여보게들, 비도 오고 하니, 저 집에서 좀 쉬었다 가세."
"그러세."
아우는 겁이 덜컥 나서 숨을 곳을 찾아보았지만,
적당한 곳이 없었어요.
결국 아우는 마루에 있는 대들보 위로 올라가 숨었어요.
그런데 가만히 내려다보니,
그들은 사람이 아니라 도깨비였어요.
"어휴, 무서워."
아우는 겁이 나서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어요.
하지만 도깨비들은 빙 둘러앉아 방망이를 들고
마룻바닥을 탕탕 치며 신나게 놀았어요.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금세 마루에는 금과 은이 수북하게 쌓였어요.
아우는 도깨비들의 신기한 놀이에 정신이 팔려
무서움도 잊었어요.
한참 동안 그렇게 있다 보니 배가 몹시 고파졌어요.
그래서 주머니에서 개암을 하나 꺼내어
이빨로 깨물었어요.
"딱!"
개암 껍질이 부서지는 소리가 나자
도깨비들은 깜짝 놀랐어요.
"이게 무슨 소리지? 집이 무너지는 소리 아니냐?"
"맞아. 틀림없이 집이 무너지는 소리야!
이크, 무서워라!"
도깨비들은 덜컥 겁이 났어요.
"무너지면 모두 죽는다. 빨리 여기서 도망치자."
도깨비들은 아주 멀리 도망쳤어요.
그런데도 아우는 무서워서 대들보 위에
조용히 앉아 있었어요.
이윽고, 아침이 되었어요.
그제서야 안심을 한 아우는 마루로 내려왔어요.
마루에는 금과 은, 그리고 도깨비들이 놓고 간 방망이가
그대로 남아 있었어요.
아우는 도깨비들이 두고 간 것들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금과 은으로 논밭을 사고, 큰 집을 샀어요.
벼락부자가 된 아우는
도깨비 방망이를 두들기며 소리쳤어요.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이렇게 생긴 금과 은으로 아우는 옷도 사 입고
맛있는 음식도 많이 사 먹었어요.
한편,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욕심꾸러기 형은
샘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그리하여 형은 아우에게서 들은 대로
산 속 개암나무 밑에 앉아
개암이 떨어지기만 기다렸어요.
드디어 개암이 하나 떨어졌어요.
"이건 내가 먹어야지."
그러자 또 하나가 떨어졌어요.
"이것도 내가 먹어야지."
계속해서 개암이 하나씩 떨어지자 욕심꾸러기 형은
신이 나서 소리쳤어요.
"이힛, 모두 다 내가 먹어야지."
개암을 부지런히 주머니 속에 넣은 형은 해가 지자,
외딴 집을 찾아가 대들보 위에 올라가 앉아 있었어요.
이윽고 밤이 깊었어요.
정말로 도깨비들이 우르르 몰려와
신나게 놀기 시작하는 게 아니겠어요!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도깨비들은 방망이를 두들겨,
금과 은을 마루에 잔뜩 쌓아 놓고 재미있게 놀았어요.
바로 이 때, 형은 개암을 딱 깨물었어요.
그런데 도깨비들은 도망을 가기는커녕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어요.
"어제 왔던 놈이 또 온 모양이로군!
어서 그 놈을 찾아라!"
도깨비들이 벌떡 일어나더니
집 안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하였어요.
그리고는 대들보 위에 숨어 있는 형을 찾아냈어요.
형은 마루에 꿇어앉아 두 손으로 싹싹 빌었어요.
"도깨비님, 제발 목숨만이라도 살려 주세요.
난 오늘 여기 처음 왔어요."
"이놈이 거짓말을 하네.
이놈! 오늘은 혼 좀 나 봐라."
도깨비들은 방망이로 형을 실컷 두들겨 팼어요.
이리하여 도깨비 방망이를 구하러 갔던 욕심꾸러기 형은
매만 맞고 엉엉 울면서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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