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래동화

효녀 심청 (이영호/김의환)

고양일산 30대 왕자 2012. 2. 2. 16:49

옛날 옛날에, 심 봉사라는 앞 못 보는 장님이

귀여운 어린 딸 청이와 함께 살았어요.

청이 엄마는 청이를 낳은 지 사흘 만에 세상을 떠났어요.

그래서 심 봉사는 이웃에서 젖을 얻어 먹여

딸을 키웠답니다.

조금 철이 들자, 이번에는 청이가 앞 못 보는

아버지를 봉양했어요.

아버지의 시중도 듣고, 먹을 것도 구해 와

아버지를 편안히 모셨어요.

 

청이는 착하고 부지런한 소녀였어요.

게다가, 앞 못 보는 아버지를 지극한 정성으로 모시는

효녀였어요.

이웃집 일을 거들고 품삯 대신 따뜻한 음식을 얻어 와

아버지에게 잡수시게 했어요.

자기는 굶어도 아버지만큼은 끼니를 거르게 하지는 않았어요.

"세상에 보기 드문 효녀야. 심 봉사는 정말 복도 많지."

마을 사람들은 청이를 칭찬했어요.

 

심청이가 열다섯 살 처녀가 된 어느 날이었어요.

심 봉사는 이웃집으로 일 나간 딸을 기다리다

걱정이 되어서 마중을 나갔어요.

그런데 이를 어쩌지요?

마을 앞 다리를 건너던 심 봉사가 그만

'풍덩' 개울에 빠지고 말았어요.

"아이쿠, 사람 살려! 사람 살리시오!"

심 봉사는 팔을 허우적거리며 소리를 질렀어요.

 

때 마침, 그 곳을 지나가던 스님이 심 봉사를 구해냈어요.

"쯧쯧......, 앞을 못 보시는구려.

 공양미 삼백 석만 부처님께 시주하면

 눈을 뜨실 수 있으련만.

 나무 관세음 보살......"

스님의 말에 심 봉사는 지옥에서 부처님을 만난 듯이 기뻤어요.

"오오, 스님이시군요!

 눈만 뜰 수 있다면 공양미 삼백 석을 시주하리다.

 내 이름은 심학규요. 약속을 꼭 지키리다."

 

심 봉사는 스님과 단단히 약속을 하고 헤어졌어요.

그런데 집에 와서 생각하니

이만저만한 큰일을 저지른 게 아니었어요.

"아이구, 이 일을 어째! 부처님께 거짓말을 하게 되었으니

 지옥으로 떨어지겠네...... 아 일을 어째!"

청이가 벌어 오는 양식으로 겨우 끼니를 잇는 형편에

공양미 삼백 석을 바친다는 건 꿈도 못 꿀 일이었어요.

 

집으로 돌아온 심청이는

끙끙 앓고 있는 아버지를 보자 깜짝 놀랐어요.

청이는 맛있는 음식도 드시지 못하고 한숨만 쉬는

아버지에게 까닭을 물었어요.

"얘야, 내가 정신이 없어서 그만 못할 소리를 했구나!

 그러니 이 일을 어찌해야 좋을꼬......"

심 봉사는 스님과 한 약속을 모두 털어놓았어요.

너무 큰일이라 심청이는 눈앞이 캄캄해졌어요.

 

'어떻게 하면 아버지의 소원을 들어 드릴 수 있을까?'

심청이는 자나깨나 그 생각뿐이었어요.

그 때, 중국으로 장사하러 다니는 뱃사람들이

용왕님에게 바칠 처녀를 사러 다닌다는 소문이 들려왔어요.

'하늘이 나를 도우셨구나!

 공양미 삼백 석만 주겠다면 내가 팔려 가야지!'

심청이는 뱃사람들을 찾아 나섰어요.

 

심청은 주막에서 그 배의 주인을 만났어요.

"저를 사세요. 공양미 삼백 석만 주신다면 제물이 되겠어요."

사정 이야기를 들은 배의 주인은 고개를 끄덕였어요.

"하늘이 내린 효녀로군!

 공양미는 물론, 처녀의 아버지가 편안히 사실 수 있는

 양식도 더 주지."

감동한 배의 주인은 이렇게 약속을 했어요.

 

뱃사람들은 공양미를 절에 시주하고,

광에 가득 양식을 들여 놓았어요.

드디어 심청이가 팔려 가야 하는 날이 되었어요.

"아버지, 부디 눈을 뜨시고, 편안하고 행복하게 사세요."

심청이는 잠든 아버지에게 절을 하고 집을 나섰어요.

이를 악물어도 심청이의 눈에서는 자꾸만

눈물이 흘러 내렸어요.

눈물 어린 눈으로 집을 한 번 돌아 본 심청이는

걸음을 재촉했어요.

 

심 봉사는 아침에야 청이가 공양미 삼백 석에

팔려 간 걸 알았어요.

"아이고, 청아! 안 된다. 안 돼!

 너를 팔아 내가 눈을 뜨면 뭘 하겠느냐!

 아이구, 청아! 제발 돌아 오너라......"

심 봉사는 울부짖으며 집을 뛰쳐나갔어요.

마을 사람들이 심 봉사를 부축하며

바닷가로 달려갔어요.

그러나 그 때는 이미 심청이를 태운 배는

저만치 멀리 바다 가운데로 나가고 있었어요.

 

파도가 거센 인당수에 배가 닿자,

뱃사람들은 용왕님께 제사를 지내기 시작했어요.

"비나이다, 비나이다. 하늘이 내린 효녀를 제물로 바치오니

 제발 뱃길이 무사하도록 지켜 주소서!"

뱃사람들이 절을 하며 빌었어요.

심청이는 뱃머리에 서서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해 달라고

빌었어요.

제사가 끝나자, 심청이는 눈을 감고

인당수로 '풍덩' 뛰어들었어요.

 

그 때 용궁의 용왕님은 

이미 심청이의 갸륵한 효성에 감동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심청이를 편안히 용궁에서 쉬게 했어요.

"얘야, 이제 이 연꽃을 타고 돌아가거라.

 너에게 기쁜 일이 있을 것이야."

용왕님은 심청이를 연꽃 봉오리에 태워 물 위로 올려 보냈어요.

마침, 그 곳을 지나던 배가 그 연꽃을 보게 되었어요.

"신기한 꽃이로군. 임금님께 바치자."

 

뱃사람들이 바친 연꽃 봉오리를 보고

임금님도 감탄했어요.

"오오, 신기한 연꽃이로다!"

바로 그 때였어요.

연꽃 봉오리가 열리며 천사 같은 아가씨가 나타났어요.

"오오, 이럴 수가! 부처님이 내게 왕비를 보내 주셨구나."

임금님은 선녀처럼 아름다운 심청이를 왕비로 맞았어요.

임금님은 왕비가 될 처녀를 찾고 있던 중이었어요.

 

심청이는 임금님께 그 동안의 일을 모두 이야기했어요.

"왕비는 정녕 하늘이 내린 효녀구려!

 왕비가 아버지를 만날 수 있게 큰 잔치를 열겠소."

나라 안의 모든 장님들을

대궐의 잔치에 초청한다는 방을 붙였어요.

장님들이 꾸역꾸역 대궐로 몰려 들어왔어요.

임금님은 대궐에서 앞 못 보는 장님들을 위한

큰 잔치를 열었어요.

 

잔치를 연 지 사흘째 되는 날

심 봉사가 대궐 안으로 더듬더듬 들어섰어요.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버지를 보자,

왕비가 울음을 터뜨리며 심 봉사의 손을 잡았어요.

"아, 아버지! 청이에요. 아버지......"

"아, 아니, 뭐라고? 내 딸 청이라고?"

심 봉사는 너무 놀라 왕비를 끌어안고 얼굴을 더듬었어요.

그 순간, 심 봉사의 눈이 번쩍 떠졌어요.

심 봉사와 심청이는 너무 기뻐 울음을 터뜨렸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