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래동화

단군 왕검 (강태형/이양원)

고양일산 30대 왕자 2012. 2. 17. 17:11

옛날하고도 아주 오랜 옛날, 하늘에 살면서 세상 모든 일을

결정하고 보살피는 하늘나라 임금님 환인에게는

환웅이라는 아들이 있었어요.

이 환웅은 항상 하늘 아래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곤 하였어요.

땅 위에는 갖가지 꽃과 나무가 어우러져 있었고,

온갖 짐승과 새, 물고기 들이 평화롭게 살고 있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어요.

그러나 환웅이 가장 사랑한 건 사람들이었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아직 자연과 바람, 그리고 곡식을

슬기롭게 이용할 줄 몰라서 아주 어렵게 살고 있었어요.

"아아, 사람들이 하느님이 주신 지혜를 깨우치지 못하고

 어리석게만 살고 있구나.

 내가 저들에게 널리 이로움을 줄 수는 없을까?"

환웅은 하늘 아래 세상을 내려다 볼 때마다,

늘 가슴이 아프고 안타까웠어요.

 

아들 환웅의 이런 마음을 알아챈 환인 임금님은

어느 날 환웅을 불렀어요.

"사람들을 걱정하는 네 마음이 무척 갸륵하구나.

 네 소원대로 세상에 내려가,

 사람들에게 널리 이로움을 주도록 하여라."

환웅은 바람을 다스리는 풍백이라는 부하와

비와 눈을 다스리는 우사,

그리고 구름을 다스리는 부하 신장 들을 데리고

세상으로 내려왔어요.

 

환웅은 태백산의 큰 박달나무 아래로 내려왔는데,

이 후 사람들은 이 나무를 신단수라 부르고

제사드리는 장소로 삼았어요.

환웅이 세상에 내려와 사람들을 잘 가르치고 널리 이롭게 하자,

사람들은 살기가 아주 좋아졌어요.

이것을 본 다른 짐승들은 사람들을 아주 부러워하였어요.

 

환웅이 사람들을 가르치며 살던 마을인 신시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큰 동굴이 있었어요.

그 동굴에는 큰 호랑이와 곰이 살고 있었어요.

"어흥, 나도 사람이 되고 싶다."

호랑이가 울부짓자 곰도 가슴을 치면서 말하였어요.

"우웅, 나도 사람만 될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

 어떻게 하면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글쎄,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호랑이도 골똘히 생각해 보았어요.

"우리 한번 하늘의 능력을 가지신 환웅님께 부탁해 보면 어떨까?"

"그래. 정성을 다해 우리 소원을 말씀드리면

 환웅님이 도와 주실 거야."

호랑이와 곰은 신단수 아래에 가서 날이면 날마다 빌었어요.

 

환웅이 호랑이와 곰의 정성에 마음이 움직여서

나직이 물었어요.

"너희들 사람이 되는 게 그리도 소원이냐?"

"예, 저희들은 꼭 사람이 되고 싶어요."

"흐음, 그래. 그런데 사람이 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란다.

 사람에게는 슬기 못지 않게 어렵고 힘든 일을 꿋꿋하게 참고

 견디어 내는 참을성과 끈기가 필요하단다."

"저희가 비록 천한 짐승일지라도 험한 세상을 오래 살아서,

 힘든 일도 잘 견딜 수 있어요."

호랑이가 넓죽 엎드린 채 대답하였어요.

 

"오, 그래? 그럼 곰은 어떠냐?"

환웅은 빙그레 웃으면서 물었어요.

"어떤 어려움을 견디고서라도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좋다. 내가 너희에게 한 가지 숙제를 내주마."

환웅은 하늘의 기운을 받은 쑥 한 줌과

마늘 스무 쪽을 나누어 주었어요.

 

"앞으로 백 일동안 동굴 속에서 이 쑥과 마늘만 먹고 살아라."

"그렇게만 하면 사람이 될 수 있나요?"

"그렇게만 하면 너희들 무릎에서 꽃이 자랄 것이다.

 그 꽃을 들고 신단수 아래 연못에 가서

 목욕을 하면 사람이 될 것이다."

그 날부터 곰과 호랑이은 굴 속에서

쑥과 마늘만 먹고 지냈답니다.

 

그러나 쑥과 마늘은 너무 쓰고 매웠어요.

또 곰과 호랑이는 밝은 햇빛이 비치는 동굴 밖으로 나가서

뛰어 놀고도 싶었어요.

얼마가 지나자, 호랑이는 속에서 불이 나는 것 같아

미칠 것만 같았어요.

"아이고, 사람이 되는 것도 좋지만 배도 고프고

 밝은 햇빛을 보지 못해 견딜 수가 없구나."

호랑이는 그만 동굴 밖으로 뛰쳐 나가고 말았어요.

 

한편, 곰은 눈을 꼭 감고 참으며,

쑥과 마늘만 먹으면서 백 일을 채웠어요.

백 일이 되는 날 곰의 무릎에서 꽃이 피어 났어요.

곰은 꽃을 들고 신단수 아래 연못으로 내려갔어요.

신단수에 큰절을 하고 연못에 몸을 담갔어요.

그러자 온몸의 털이 빠져나가고 희고 미끈한 살이

나타나는 것이었어요.

 

머리털도 검고 길게 자라나고 얼굴도 아름답게 변하였어요.

"아아. 이 팔...... 이 다리......"

곰은 물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고는 그만 눈물을 흘렸어요.

"아아, 아름다워. 이게 내 얼굴이라니."

희고 고운 살결, 치렁치렁한 검은 머리, 초롱초롱한 눈,

정말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이었어요.

 

이렇게 곰이 변한 여인을 사람들은 웅녀라고 불렀어요.

웅녀는 주위가 조용하고 경치가 아름다운 산 속에

작은 움막집을 짓고 살았어요.

'주위에 아무도 없이 혼자 살려니 너무도 쓸쓸하구나.

 더불어 살아갈 지아비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웅녀는 신단수 밑에 가서 환웅님에게 빌었어요.

"환웅님, 저를 사람으로 만들어 주신 환웅님,

 제게도 지아비를 점지해 주소서."

 

웅녀가 날마다 찾아와 정성을 다해 빌자,

환웅은 웅녀의 소원을 다시 한 번 들어 주기로 하였어요.

환웅은 건강하고 늠름한 청년으로 모습을 바꾸고

웅녀 앞에 나타났어요.

"웅녀, 내, 이제 그대의 지아비가 되겠소."

환웅은 웅녀와 혼인을 하고 움막에서 함께 살았어요.

얼마 뒤, 웅녀는 아들을 낳았는데 바로 이분이

우리 민족의 시조이신 단군 왕검이랍니다.

 

단군은 훌륭하게 자라났어요.

어머니인 웅녀의 가르침을 받고 아버지 환웅의 뜻을 이어받아,

단군은 백성들을 돌보며 나라를 세웠어요.

기원전 2333년, 평양성에 도읍을 정하고 나라를 세우니,

10월 3일 개천절은 이 날을 기념하는 국경일이랍니다.

그 뒤, 단군은 오랫동안 나라를 다스리며 덕을 베풀다가

산으로 들어가 신령님이 되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