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래동화

부여를 세운 해부루왕 (김명수/노희성)

고양일산 30대 왕자 2012. 3. 8. 13:59

옛날 옛날, 아주 오랜 옛날, 하느님의 아들 해모수는

다섯 마리의 용이 끄는 수레를 타고,

웅심산으로 내려왔어요.

해모수를 따르는 수많은 신하들도

흰 기러기를 타고 내려왔어요.

 

웅심산 기슭에는,

그 기슭을 따라 졸졸 흐르는 실개천과 넓은 들판이 있어서

사람이 살기에는 아주 좋은 곳이었어요.

"모두 저 기름진 들판을 보아라.

 사람이 살기에 아주 좋은 곳이로구나."

"그러하옵니다. 산천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그리하여 해모수는 웅심산 기슭에 자리를 잡아

나라를 세우고 왕이 되었어요.

새벽이 되면 해모수는 땅에 내려와 나라의 일을 돌보고,

저녁이 되면 다시 하늘나라로 올라가곤 하였어요.

 

그러던 어느 날, 해모수의 아들이 태어났어요.

이름은 해부루라고 하였어요.

 

한 해 두 해 세월이 흘러가자,

해부루는 어엿한 청년이 되었어요.

"어느 새 네가 이렇게 컸구나!"

"모두 아바마마 덕분이옵니다."

"이제 네게 이 나라를 맡겨도 되겠구나."

해모수는 아들 해부루에게 왕위를 넘겨 주고는

하늘로 올라갔어요.

 

왕좌에 앉은 해부루는 아주 의젓하였어요.

해부루는 해모수와는 달리

저녁이 되어도 하늘로 올라가지 않고,

부여에 살며 나라 일을 잘 보살폈어요.

 

어느 날, 아침 일찍 재상인 아란불이

해부루를 찾아와 간곡히 말하였어요.

"마마."

"무슨 일이오."

"나라를 옮기시는 것이 좋을 듯 싶사옵니다."

"뭣이오?"

아란불의 꿈에 하늘에서 나라를 옮기라고 말씀하셨다는 거예요.

 

"그 꿈을 믿을 수 있겠소?"

"예. 아주 생생하옵니다. 동쪽 바닷가 근처,

 가섭원이라고 하는 땅으로 가라고 하셨습니다."

"그것이 하늘의 뜻이라면 할 수 없는 일이지요."

그리하여 해부루 일행은 쉬지 않고 동쪽으로

먼 길을 떠났어요.

 

해부루와 재상 아란불이 이끄는 백성들은

마침내 가섭원에 이르렀어요.

정말로 기름진 땅이 넓게 펼쳐져 있었어요.

"자, 어서 우리가 살아갈 집들을 짓도록 합시다."

"그럽시다. 과연 하늘은 우리를 버리지 않으셨습니다."

백성들은 각기 흩어져 열심히 집들을 지었어요.

 

이렇게 해서 해부루는 동쪽 바닷가 근처 기름진 땅,

가섭원에 나라를 세웠어요.

그 나라가 바로 동부여랍니다.

"이 쪽으로 옮겨 온 게 오히려 잘 되었군."

"그러게 말입니다. 풍년이 든 것 좀 보세요!

 아주 대풍입니다."

해마다 동부여에는 풍년이 들어

백성들은 고생 모르고 잘 살았어요.

 

그런데 해부루에게는 한 가지 걱정이 있었어요.

벌써 나이가 많이 들었는데도 슬하에 자식이 없었어요.

어느 날 해부루는 말을 타고 곤연이라는 연못가로 가서

자식을 낳게 해 달라고 정성껏 빌었어요.

"비나이다. 비나이다. 천지 신령님께 비나이다.

 저의 대를 이을 아들 한 명만 점지해 주시옵소서."

 

기도를 마친 임금의 일행은

대궐로 돌아갈 채비를 하였어요.

말 위에 올라앉아 해부루는 집으로 돌아가려고

말을 몰랐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뚜벅뚜벅' 걷던 말이

고개를 옆으로 돌리더니 걸음을 멈추었어요.

 

해부루는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어

말이 멈춰서서 고개를 돌리는 쪽을 바라보았어요.

그런데 거기에는 비석처럼 생긴 돌이 하나 있었어요.

해부루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함께 온 신하들에게

돌을 밀어 내 보라고 하였어요.

신하들이 곧 돌을 밀어 내자,

놀랍게도 돌 밑에는 웬 아기가 누워 있었어요.

 

이 아기는 보통 아기가 아니었어요.

눈이 툭 불거진 게 얼굴이 마치 개구리 같았어요.

그리고 몸은 금빛으로 번쩍였어요.

"옳다. 이 아기는 하늘이 내려 주신 아기로다.

 여봐라, 이 아기를 궁궐로 모셔라."

대궐로 돌아온 해부루는 많은 백성들과 함께

크게 잔치를 벌였어요.

그리고 아기의 이름을 금와라 지었어요.

금와는 재주와 용맹이 뛰어난 아기로 자랐어요.

 

그로부터 몇 년이 흘렀어요.

해부루가 늙어 세상을 떠나자,

금와가 뒤를 이어 부여의 왕이 되었어요.

왕이 된 금와는 나라를 잘 다스리고 백성들을 사랑하였어요.

백성들도 열심히 일하여 끼니 걱정 안 하고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